감기 4일차.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다.
어제는 특히 심했다.
오한, 근육통, 기침, 코막힘, 식은땀, 기운없음
더욱 심해진건 어제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간.
세미나 끝난 이후부터다.
나는 기술세미나 요청을 받아 준비했다.
온라인으로 하기에 집에서 할 수 있었다.
발표했던 자료
발표는 순조로웠지만 시연을 하면서 어려워졌다.
항상 리허설과 다르게 정식 시연때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것 업계룰이랄까...?
나 역시도 비껴가지 못했다.
내가 의도한 시연은
문제가 발생하는걸 포함해서 진행하는 것이였다.
예상한 시나리오대로 시연이 되지 않았고
문제가 발생한 상태로 더 진행이 안되었다.
긴장을 더욱하게 되었고 식은땀이 낫다.
다른 버전으로 시연을 진행하였으나 그것조차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다.
세미나를 듣는 다른분들의 격려덕에 무사히 마쳤다.
내가 예상한 모습과 너무 다르게 끝났다.
화상회의가 끝나고 몸에 긴장이 풀렸다.
그리고 극도의 오한과 몸살기가 찾아왔다.
잘하고 싶었는데 그만큼 하지 못했던 후회.
컨디션 걱정하며 제리가 괜찮냐고 물을때 미룰껄.
여러 감정과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너무 춥고 몸이 떨린다.
안방에 들어와 전기매트를 최고로 해놓고 누웠다.
만나기로했던 고등학교 친구들에게도
미안하지만 다음에 만나자고 이야기했다.
오후 4시 10분.
최고로 높게 해놓은 전기매트였지만
내몸은 계속 춥고 떨렸다.
2시간 정도 잠에 들었다.
흠뻑젖은 내복. 샤워를 하고 갈아입었다.
아내가 저녁을 차려주었다.
삼겹살을 넣고 끓인 곰탕과 김치.
뭔가 순두부같은 흰색이 있길래
순두부 넣었냐고 아내에게 물었다.
아니란다. 근데 이건 뭐지. 조금 싱거운가 자꾸 물으니
기분이 안좋은지 퉁명스럽게 대꾸가 날아왔다.
조용히 다 먹기로 했다.
깨끗히 비우고 저녁약을 먹었다.
다시 누웠다.
저녁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전기매트 온도를 다시 저온으로 해놓고 잠들었다.
오전 7시 34분.
몸이 무겁다.
12시간 넘게 잔건데 왜 회복이 안되었지?
중간에 깨지도 않았다.
기침이 더 심하고
콧물이 투명하지 않다.
진한 가래속에는 피도 섞여있다.
잠들기전 생각했다.
내일 아침까지 아프면 수액 맞으러 병원에 가야지.
그래 병원 다시가자.
전에 갔던 병원말고 다른 병원을 검색했다.
“부평 수액” 네이버 검색
그래서 찾게된 부평센트럴이비인후과
주차도 되고, 자동차로 4분.
아들이 먼저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를 반겨준다.
“아빠 나도 조금 감기에 걸린거 같아”
아들 이야기에 화들짝 놀라 일어나
손을 씻고 이마를 만져보고 온도계로 열을 잰다.
다행히 열은 없다.
아니지 나도 열은 없는데 아프잖아.
자꾸 캐물어봤다.
정말 감기 걸린거 같아? 아파? 추워?
아들은 대답을 제대로 안한다.
몇일째 감기로 고생하는 아빠와 공감하고 싶어하나?
같이 병원에 데려갈까?
아직 잠에서 깨지않은 아내를 깨워 물었지만
나만 갔다오란다.
아침으로 아들과 식빵을 나눠먹고
아침약을 챙겨먹었다.
이 약봉지도 점심, 저녁 2개 남았네.
근데 난 아직 아픈데.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준비하고 보니 시간이 남는다.
8시 30분.
5분쯤 식탁에 앉아 있으니 식은땀이 이마에서 흐른다.
손수건을 찾아 땀을 닦아냈다.
시간이 남으니 가만히 있지못하고 할일을 생각한다.
쓰레기봉투와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를 챙겼다.
“아빠 병원 다녀오께”
아들에게 인사 후 모아둔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바깥 바람이 상쾌하고 시원했다.
어...? 시원해? 추운게 아니라?
오한이 없네? 괜찮아진건가? 병원 안가도되나?
분명 눈떴을때만 해도 오한과 몸살이 남아있었다.
아침약 먹어서 그런가?
어제는 그래도 계속 추웠는데...
우선 가져나온 쓰레기들을 모두 처리했다.
가로 막혀 있다.
두대의 차가 딱붙어서 내차를 막고 있었다.
증거사진으로 찍은건데 여기 올릴줄 몰랐네.
가로 막혀있던 차 2대를 밀면서 알게되었다.
아...? 온몸이 아직 많이 아프네?
차 안은 얼음 그 자체였다.
4분만에 도착할꺼지만
온열시트와 핸들 열선, 난방 모두 틀었다.
8시 53분.
병원에 도착해 초진 등록을 하고 제일 구석에 앉았다.
“혹시 먹고계신 약이 있으신가요?”
등록시 간호사 한 분이 물었다.
“네 다른 병원에서 받은 감기...”
“고혈압이나 당뇨약이요”
내말을 끊고 다시 묻는 말에 기분이 상했다.
“아니요”
짧게 대답하고 구석진 나의 자리로 되돌아왔다.
몸이 아파서 내가 너무 예민한가?
아니 처음부터 고혈압이나 당뇨약 먹냐고 물어보지?
속으로 궁시렁거리는 생각을 했다.
내 앞에는 7명에 대기환자가 있었다.
토요일이라 사람이 많은가 인기가 많은 곳인가?
갑자기 내심장 뛰는게 너무 크게 느껴졌다.
반대편에 혈압을 재는 기기가 있다.
“혹시 혈압 재봐도 되나요?”
간호사분에게 물어봤다.
“네 사용하셔도 되요~”
친절하게 대답해주시는 다른 간호사분의 말로
아까의 상한 감정이 조금 회복되었다.
조금 높은건가?
120/80 나와야하는데
고혈압 1단계? 높은 정상?
뭐야 나 고혈압이야...?
이것도 진료 받을때 이야기했어야했나?
곧 내차례가 왔다.
약성분이 적혀있는 이전 처방받은 약봉투도 가져왔다.
비교적 젊으신 의사선생님이셨다.
나랑 비슷한 나이 아닐까?
증상을 설명했다.
주변에 독감 걸린사람 있냐고 물으셨다.
처제와 조카가 걸렸다고 말했다.
주말에 같이 놀았다고
독감검사해보는게 좋다고 하신다.
약때문에 발열이 없을 수도 있단다.
약먹기전에도 열은 없었다고 반문했다.
독감이 발열이 없이도 나타나기도 한단다.
수액을 맞고 싶다고 했다.
독감이면 쓰는 수액이 아예달라서
다른 수액은 효과가 없다고 하셨다.
사실 이미 나도 찾아봤다. 발열없는 독감도 있다고
근데 얼마전 다른 병원에 갔을땐 발열이 없으니
독감이 아니라고 진단받았지 않았는가
물론 그때 검사키트까지는 안했다.
“네 검사해주세요.”
독감검사를 위해 의사선생님은 코에 면봉을 넣었다.
코로나 이후 오랜만이라 조금 긴장했지만
손기술이 남다르신건지
왼쪽 코구멍 깊숙히 넣었지만 아프지 않았다.
10분 후 다시 진료보기로하고 나왔다.
내가 앉던 구석진 자리에 어린 소녀가 앉아있다.
감기가 전파될지몰라 후미진 곳에 있고 싶은데
그곳은 내가 앉았던 자리인데... 괜찮은가...
쓸데없는 걱정을 미뤄내고 다른 곳에 앉았다.
10분이 금새 지났다.
시스템의 기계소리가 나를 다시 호명한다.
다시 난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선생님이 독감이 맞다고 한다.
독감은 A형 B형이 있는데
나는 독감 A형에 걸렸다.
검사키트에 C와 A쪽에 색이 칠해져 있었다.
처제와 조카도 독감 A형이였다.
먹는 약과 수액이 있는데 어떤걸 원하시는지 묻는 말에
나는 바로 수액을 요청했다.
혹시 모를 증빙을 위해 진단서를 요청했더니
진단서는 추가비용 때문에 어떤 용도신지 물으셨다.
회사에 증빙 용도로 쓸꺼라고 이야기했다.
소견서로 작성한다고 말씀해주셨다.
환자의 지갑건강까지 챙겨주신 멋진 의사선생님이다.
전체 진료비용은 116,900원.
앗... 역시 좀 나오는구나.
몇백원정도 주거래 통장잔액이 모자라서
급하게 사업자통장에서 5만원을 이체했다.
결제후 처방전과 소견서를 받고, 수액을 맞으러 갔다.
겉옷을 벗고 누웠다.
수액을 놔주시는 분은
아까 내말을 끊어 기분이 상했던 그 간호사분이셨다.
마스크를 썼지만 미모의 간호사분이셨다.
”조금 차가워요“
“조금 따끔 할꺼에요”
몇마디 말과 함께 주사바늘은 오른팔에 금새 들어갔다.
“얼마나 걸리나요?”
“15분정도 소요되세요”
생각보다 금방이었다.
처제는 만삭이여서 다른 수액이었나?
3시간 맞았다고 했는데
내가 맞은 수액을 찍어뒀다.
페라미트리주
왜 마지막 글자 “주”는 작게 써져있는걸까?
옆칸에 누군가도 수액을 맞는 소리가 들렸다.
15분은 금새 지나갔다.
간호사분이 다시 찾아왔다.
바늘을 빼주고 소독 후 반창고를 붙여주었다.
“1분 동안 손으로 꾹누르고 나오세요”
간호사 말대로 손으로 꾹누른채 60초를 세고 나왔다.
결제는 이미했으니 그냥 나가면되나?
수액을 맞으니 조금 나은 것 같기도?
약국에 들러 처방전을 제출하고 약을 사왔다.
아! 주차등록.
병원에 다시 들러서 주차등록을 요청했다.
마지막 주차등록까지 해준분은 역시나
나의 기분을 상하게 했던 미모의 간호사분.
뭔가 몸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기도하고
플라시보 효과인가?
뭐 어찌되었든 좋아진 느낌이다.
차를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니 아내가 깨어났다.
독감검사키트 결과가 나왔을때 카톡으로 보냈는데
못봤나보다.
독감 이야기를 하고 안방 침대에 홀로 누웠다.
회사 슬랙 메시지로 진료소견서 문서를 공유했다.
누군가 독감에 옮았으면 어쩌나...
아... 처음 갔던 병원이 걱정되었다.
나같은 환자를 또 만나 같은 진단을 하게된다면
다른 사람이 또 고생을 할텐데 어떻게 알려줘야하나
이런 고민을 아내에게 이야기했더니
다른 사람 신경쓰지말고 본인 몸 걱정이나 하란다.
그래 일단 내가 여유있어야 주변도 살피지.
몸에는 여유가 없어도 정신은 여유가 남았나보다.
글을 쓰다보니 길어졌다.
몇시간에 일뿐인데도 글로 상세히쓰니 이렇게 길구나
조금 전 아내가 차려준 밥을 먹고
새로 받은 점심약을 먹었다.
확실히 몸상태가 좋아진 것 같기도하고
일단 지금 오한은 없다.
하지만 전에도 그랬으니 방심하지 않고 쉬련다.
주말에 아들과 체육활동 예정이었는데 난 취소다.
역시 아프면 안되겠다.
한동안 제대로 안쉬었더니 몸이 강제로 쉬게한다.
다들 낌새가 이상하면 독감검사 꼭 해보시길 바란다.
발열이 없어도 독감에 걸릴 수 있다.
난 지금도 전혀 발열이 없다.
땀이 좀 나고, 코가 맹맹하고, 목이 아프고,
기침을 하며, 근육들이 아플뿐.
발열만 없다.
아 지금은 오한도 조금 약해진 것 같다.
여튼 발열없어도 독감일 수 있습니다.
독감 조심하세요.